🎬 반항의 춤, 사랑의 검 — 영화 <Baaghi> 평론
1. 개요 ☂️
“반항은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원초적인 무기이자 사랑을 확인하는 최후의 선언”이라는 감독 사비르 칸의 의도가 <Baaghi> 전체를 관통한다. 작품은 🔥‘칼라리파야투’라는 전통 무술을 축으로 삼아, 주인공 로니(타이거 쉬로프)의 성장 서사를 ‘내면의 혁명’으로 재해석한다. 로니는 콜론el 출신 아버지의 편지를 품에 안고 케랄라의 도장으로 보내지지만, 억눌린 불안과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아’다. 이때 등장한 스승 카일라슈는 “반항과 군인의 차이는 목적의 방향”이라는 대사를 통해 영화가 질문할 ‘힘의 윤리’를 제시한다. 여기서 감독은 마셜아츠 영화의 외피를 쓰되, 폭력의 미학보다 인간성 회복에 집중하는 메시지를 숨겨 놓는다.💡
서사의 엔진은 두 축으로 회전한다. 하나는 비에게 기원하는 듯 반복되는 ‘폭우’ 모티프다. 폭우는 로니와 시야(슈라다 카푸르)가 처음 만나는 장소이자, 두 사람이 헤어지고 재회하는 신호탄이다. 또 다른 축은 권력에 중독된 악역 라가브(수디르 바브)다. 라가브는 “힘이 곧 사랑”이라는 왜곡된 신념으로 시야를 납치해 방콕의 ‘유리 감옥’ 펜트하우스에 가둔다. 결국 영화는 ‘자기 절제를 배우려는 사내’와 ‘절제 없이 욕망을 휘두르는 사내’가 여인의 자유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구조를 택한다. 즉 <Baaghi>는 “반항의 방향성”을 다룬 현대적 ‘라마야나’의 변주라 할 만하다.
2. 줄거리 📜
로니는 케랄라행 열차에서 시야를 만나며 영화적 운명이 개막한다. 두 사람이 마주칠 때마다 하늘은 거짓말처럼 비를 뿌리고, 시야는 “비가 오면 꼭 다시 만나요”라며 운명적 합을 던진다. 하지만 라가브가 시야의 재능과 미모에 집착하면서 삼각 구도는 즉시 파국으로 치닫는다. 시야의 아버지는 제작 중인 영화의 파탄을 두려워해 라가브와 손을 잡고, 로니를 몰아세우는 악수(惡手)를 둔다. 결국 로니는 누명을 쓰고 체포되지만, “스승이 준 무예는 칼이 아니라 길”이라는 깨달음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두 번째 막은 ‘방콕’이라는 익명 도시에서 펼쳐진다. 라가브는 초고층 펜트하우스를 무기로 삼아 시야를 고립시키고, 지하 파이트 클럽에서 “힘이 전부”라는 시연회를 연다. 로니는 맹인 기사와 가짜 운전사 콤비(코믹 릴리프)를 만나 무장 경비를 돌파하지만, 형제 같은 비주를 잃으며 좌절을 맛본다. 이 시점에서 로니는 ‘반항’을 ‘사랑 지키기’라는 공동체적 가치로 전환한다. 결국 그는 시야가 병원으로 이송된 틈을 파고들어 탈출을 시도하고, 둘은 강가에서 짧은 평화를 누린다. 그러나 라가브의 추적이 곧이어 시작되며, 결말부 대결을 위한 서막이 오른다.
3. 챕터1 – 반항의 서막 🌱
영화 초반부의 핵심은 ‘통제 불능’에 머문 로니의 심리와 주변 인물들의 대응이다. 로니는 아버지의 유언 같은 편지에서 “네가 걱정돼 눈을 감을 수 없다”는 문장을 읽자마자, 스스로를 “개로 태어나 사자로 죽겠다”고 선언한다. 이 과장된 자의식은 케랄라 도장에서 스승 카일라슈의 혹독한 무예 훈련과 부딪히며 조금씩 깎여 나간다. 사다리로 물동이를 옮기고, 들판을 전력 질주하며, ‘68세 노 사범에게조차 이기지 못하는 모욕’은 로니에게 반항의 방향을 묻는 경험적 질문이었다. 감독은 이 과정을 롱테이크 + 슬로모션을 반복해 ‘수련은 곧 명상’이라는 불교적 이미지를 정립한다. 🧘♂️
시야와의 만남 역시 로니의 변화를 가속한다. 열차 지붕 위에서 비를 맞으며 즉흥 무용을 펼치는 시야는 ‘자유에의 충동’을 시각화한 존재다. 그녀가 “당신은 결국 큰 사람이 될 거예요”라고 던진 대사는 이후 로니가 절벽 등반, 거센 파도 속 훈련 등 자기 한계 돌파 신(scene)마다 에코처럼 반복된다. 이 서막이 끝날 때, 관객은 ‘내면적 반항’에서 ‘방향성 있는 반항’으로 진화하려는 로니를 발견한다.💪
4. 챕터2 – 갈등의 심화 ⚡️
중반부의 주도권은 라가브가 잡는다. 그는 아버지조차 살해하며 “힘은 사랑을 살 수 있다”는 망상에 매달린다. 이 폭력은 무술 액션을 넘어, 자본·정치·인간관계까지 지배하는 전방위 권력으로 묘사된다. 방콕 파이트 클럽의 ‘7피트 거인’ 경기 장면은 라가브의 조직이 벌이는 ‘스펙터클 소비’를 극대화하며, 로니·택시 콤비·비주가 이를 ‘웃픈 서민성’으로 교란하는 대조가 두드러진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지점은 비주의 죽음이다. 비주는 가족의 생존과 친구의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로니에게 정보를 넘기고 목숨을 잃는다. 로니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더럽히지 않겠다”던 결심이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복수를 선택하지만, 그 방식은 라가브와 다르다. 총기도, 독도 아닌 ‘칼라리파야투의 맨손 합(合)’으로 맞서는 것. 여기서 영화는 무술의 테크닉을 철학으로 끌어올린다. 즉, ‘살아 있는 몸’ 자체가 정의의 언어가 된 셈이다.
5. 챕터3 – 절정과 해방 🎇
결전은 유리 벽·지하 격납고·옥상 정원으로 이어지는 3단 구조 액션이다. 감독은 수평→수직→중력 저항이라는 동선 변화를 통해 로니가 한 층씩 “자기 의심의 껍질”을 깨 나가도록 설계했다. 옥상에서 비가 다시 내리자, 로니는 스승에게 배운 ‘18수’ 중 마지막 ‘코끼리 자세’로 라가브를 제압하고 “아직 시작일 뿐이야”라는 대사를 던진다. 이는 영화 초반 라가브가 쓰던 ‘I am just getting started’를 역전시켜, “폭력에서 창조로”라는 가치 전복을 완성한다. 🌈
시야와의 재결합은 단순 멜로 클리셰를 넘어 “공동체 복원”을 상징한다. 두 사람은 강물에 손을 담그며 “비가 와도 이제는 숨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카메라는 이 장면을 드론 버드아이 샷으로 길게 찍어, 육체가 아닌 ‘연결의 물결’을 강조한다. 종국에 로니는 스승에게 맹세한 대로 반항을 ‘보호’의 언어로 전환했고, 영화는 사랑·전통·정의가 교차하는 현대 신(新)전설로 마무리된다.🌟
6. 총평 📝
<Baaghi>는 ‘액션 로맨스’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었지만, 내면에는 “힘의 윤리와 사용처”라는 묵직한 질문을 숨긴 작품이다. 감독은 로니와 라가브를 대비시켜 “힘이 사랑을 증명할 수 있는가”를 묻지만, 결론은 “자기 한계를 통제할 때에만 사랑이 완성된다”로 귀결된다. 시야는 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유의 화신이며, 비·물·빛 같은 자연 요소는 불가의 ‘연기(緣起)’를 시청각적으로 번역한다.
무술 촬영은 스테디캠과 와이어, 인-카메라 슬로모션을 혼합해 실제 타격감을 살렸다. 이는 최근 OTT세대가 요구하는 ‘현장감’ 트렌드와 맞물려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또한 인도 전통 무예를 글로벌 스크린에 재소환하면서, 문화적 하이브리디티를 적극 표방한다. 그러나 장황한 멜로 송 시퀀스와 종종 과잉으로 비치는 악역의 동기는 호불호를 가를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aaghi>가 남기는 철학적 잔향은 분명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반항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청춘 서사의 영원한 과제이자, 오늘날 권력·젠더·자본을 둘러싼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영화는 “반항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테제를 제시하며, 관객에게 ‘자기만의 칼라리파야투’를 찾아 나설 것을 권한다.